화창한 봄내음이 짙게 드리우고 초하의 싱그러움과 따가울 듯 강렬해 지기 시작하는 태양볕이 슬금슬금

머리위로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가리우게 되는 5월의 서해아파트의 토요일 오후 어느날이었습니다.



자전거로 월피동에서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E-마트를 지나 행복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여기가 그 서해 아파트 이었나 하고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작년 12월 어느 토요일 오후-석양이 뉘였뉘였 차가운 서해바다로 마지못한 자태로 엉거주춤 빠져들어간 후 땅거미가 스물스물 드리워지던 때 - 해양연구소 축구장에서 동호회 공심부름(? 공만 쫓아 다니는 스토커?당시 축구실력이 매우높아? 공만 쫒아 다녔지 발에는 두세번 정도만 겨우 차는 실력상태를 일컽는 말)을 열심히 한 후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잘못들어 호수공원을 가로 질러 가려고 들어섰다가 다리가 아직 준공이 안되어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던 서해 아파트를 지나게 되었었습니다.



바닷가의 세찬바람이 무지하게 불어오고 손이 시려, 연방 손을 '호호' 불면서 지나치는 서해아파트 건설현장은 추운 날씨뿐만 아니라 매케한 대기오염(악취)냄새, 을씨년스럽도록 우중충한 날씨와 더불어 삭막한 콘크리트의 거대한 덩어리는 무언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그런 무언의 중압감을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내려 누르는 듯 하였습니다.



" 이런 악취 냄새가 나고 호수공원을 가로질러 바다로 접어드는  실개천(안산천?)도 새카맣고 썩은 물웅덩이의 오염덩어리인 이곳에 아파트를 지어? 여기에 입주하는 주민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직업의식이 발동하여서인지는 몰라도, 마치 내가 이 아파트의 분양신청한 사람인 듯 고개를 연신 갸우뚱 거리며 해안가 도로까지 삥 돌아 안산천을 겨우 건너 맞바람을 쌩쌩 온몸으로 받으며 한참을 달리니 이제야 쾡하니 적막한 곳을 벗어나 사람이 사는 상가와 아파트가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이제야 한숨을 돌리고 길을 헤메지 않고 이정표따라 집으로 갈 수 있겠다 하는 안도감이 나왔습니다.

사실 제가 안산에 이사온지 두어달 밖에 되지 않았고 지금 지나온 길은 초행길인데다가 인적이 거의 없는 바람불고 냄새나는 추운 겨울날의 허허벌판을 지나온 광야의 무법자(?), 방랑자, 방황자 였던 셈이었었죠



아 그랬던 그 서해아파트 이미지가 제 머리에 각인되어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서해아파트-행복마을은 제 눈을 의심케 하고 휘둥그레하게 하여 눈알이 중심을 못잡고 제멋대로 통제력을 벗어나 상하 좌우로 마구 돌아가고 있었어요.



들어서는 입구부터 잘 정돈되고 고급스럽게 포장된 도로, 깔끔하고 화사하게 옷을 잘 차려 입은  건물, 조화롭고 싱그럽게 잘 배치된 수목 등의 조경과 고급스런 어린이 놀이터, 세심하게 배려된 주차장, 따가운 햇볕을 시원하게 씻겨 주려는 듯 시원하게 내품는 적당하고 세련미를 갖춘 분수대, 지나다니는 주민과 이이들의 맑고 밝은 표정과 옷차림, 자신감이 배어나오는 태도 등에서 부터 도저히 재작년의 그 때 그 모습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 경이롭기까지 하였습니다.



역시 음식맛은 먹어보아야 알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구석구석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하나하나 머리속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관리동 앞에는 외부에서 초청한 듯한 그룹싸운드의 무대장비가 갖춰져 있고 잠시후 있을 공연을 위한 준비연주 등으로 간간히 악기소리가 부정기적으로 울리는가 하면 어린아이들은 분수대쪽에서 신나가 물장난 하고 있었습니다. 얼굴페인팅을 해주는 곳에선 호기심어린 눈으로 아이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얼굴에 그려지는 꽃이나 동물, 장난감 등의 그림을 느끼면서 눈을 감은채 얼굴을 들고 가만히 앉아 만족한 상상을 한껏 하는 행복표정이었습니다.



서너군데 단체에서는 주민을 대상으로 환경 켐페인을 열심히 벌리고 있었고, 저도 그 회원의 한사람으로 그자리에 나타났었지만 초행의 서먹함으로 한편으로는 그 신기함에 젖어 구경하는 즐거움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시간 지나 5시쯤 되면서 이제 주민들이 제법 많이 모여 들었고, 그룹싸운드의 연주와 젊고 잘생긴 보컬가수의 노래가 제법 열창을 하며 서너곡의 노래를 감상하는 공짜구경의 즐거움에 취했죠.



그런데 정말 놀랄 일은 바로 얼마후 비로소 부러움과 경탄의 신음을 혼자 찡하게 가지게 되었어요.



그 그룹사운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 직업인들이 아니라 바로 그 행복마을에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이었어요. 세련된 말솜씨에 멋진 목소리의 사회자는 그룹멤버를 한명, 한명씩 소개하기 시작하였는데. "2007동 몇호의 누구아빠, 몇동 몇호의 누구, 마지막 홍일점은 아주 미인인데 몇동 몇호에 사는 누구 엄마..."하는게 아니겠어요?



아니 그럼 저분들 여섯명 모두 외부 전문 '딴따라'가 아니라 순수 아마츄어 주민동호회란 말이야? 하고 정말 믿기 어려운 멘트에 정말 경악할 정도였습니다.



이야!!!  이야말로 앞으로 주민이 진정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자신감있고 행복하게 이끌어 나가는 그런 모습이구나....



제가 정확히 10년전인 1995년 처음 부임한 구로동의 어느 아파트에서 그해 년말에 당시 입주자대표회장님의 적극적인 의도로 단지내 주차장에서 주민화합한마당 및 캠프파이어, 막걸리 축제 등이 열려 매우 고무적인 경험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 10년전의 감흥보다 10배 스무배 더한 감동을 오늘 여기서 맛보다니...



조금 후에는 주민자녀인 학생들의 악기 연주, 또다른 주민 사모님들의 키타 연주, 태권도춤 및 공연 등 이 이어졌어요.

감동2배 감동3배가 지난 토요일 오후는 온통 제머리속에서 이리저리 군무를 그리는 행복체험이었습니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6시가 넘어서면서 간혹 부는 바람에 묻어나는 약간의 악취냄새!!!

그리고 분수대에서 놀다간 아이들이 흘려 놓은 과자봉지 등의 약간의 쓰레기.....



그래서 주민들은 이 해결을 위해 자발적인 모금행사를 가지고 축제의 장으로서 즐기면서 환경운동을 하는 아주 수준높은 환경운동의식, 시민의식, 주민의식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환경운동을 보다 성숙하고 광범위하게 전개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이 나라가 아닌가?



우리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뜻깊은 체험이었습니다.



서해아파트 주민 화이팅!!

환경시민단체 화이팅!!

안산악취끝 화이팅!!